회사원에서 개발자 되기
대학 졸업 후 첫 직장 생활 (feat. 나는 민간기업 체질)
전공이 법학이어서 그런지 같은 과 사람들 대부분은 공무원시험을 준비했다. 애초에 나는 호봉으로 돈을 받는 공무원보다는 내 능력으로 돈을 받고 싶었기 때문에 대학 때부터 공무원 준비가 아닌 취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내 능력으로 돈을 받고 싶었기 때문에 호봉으로 돈을 받는 공무원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나름의 경쟁 끝에 한 공기업에 인턴으로 입사해서 개인정보보호법 법제연구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안고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일해보니 나는 확실히 공무원이나 공기업에 소속되기 보다는 민간기업이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무원은 아니지만, 공기업의 사람들도 거진 공무원의 삶을 살고 있었다(그래서 준공무원이라고 얘기하나보다). 내가 있던 부서에서는 예산 편성을 받으면 “어떻게 이 예산에 맞춰 잘 쓸 것인가?”에 포커스를 맞추고 일을 했다면, 민간기업은 “어떻게 하면 이 예산으로 돈을 벌까?”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고 생각했다. 돈을 쓰는 것보다는 버는 것에 매력을 느꼈던 나는 ‘민간’기업에서 커리어를 쌓기 위해 내가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내가 관심있는 서비스면 남들도 관심있고, 그 서비스를 만든 회사가 돈을 버는 회사 아닐까?
내가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내가 관심있는 서비스면 남들도 관심있고, 그 서비스를 만든 회사가 돈을 버는 회사 아닐까?’라는 생각때문이었다. 음식점을 제외하고 가격비교, 유튜브, 포털사이트, 홈쇼핑 등 대부분 플랫폼 서비스를 하고 있는 회사들이었다. 플랫폼에서 일할 기회를 만들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적합한 회사를 찾고 있었다.
플랫폼 회사의 매력과 발표스킬을 배웠던 두 번째 직장
그 때 나는 잡서칭을 하면서 용돈을 벌기 위해 홈쇼핑 고객센터에서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 회사는 홈쇼핑 외에도 국내 여러 기업에서 고객센터 업무를 위탁 운영하는 곳이어서 다른 회사 고객센터도 상당히 많았다. 워낙 부서가 많아서 어떤 회사의 고객센터가 더 있는지 몰랐는데, 당시에 한국에서는 그리 유명하지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꽤 유명한 숙박공유 플랫폼도 이 회사의 고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직간접적으로 플랫폼에 대해 경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매니저분에게 퇴사 후 그 부서로 입사지원을 하고 싶다고 정중히 말씀드렸는데, 매니저분이 내 뜻을 잘 헤아려주셔서 퇴사가 아닌 부서이동의 방식으로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다. 이것이 나의 두 번째 사회생활의 시작이다.
어렵지만 매력적인 사업, 플랫폼 서비스는 나에게 그런 의미였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준다는 것, 그로서 돈을 번다는 것. 항상 양 쪽(B2C, B2B)의 고객을 균형있게 만족시켜야한다는 점은 난제이긴 했지만.. 어렵지만 매력적인 사업, 플랫폼 서비스는 나에게 그런 의미였다.
일할수록 플랫폼 서비스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나면 정말 빠르게 성장한다는 것을 직접 목격하니 플랫폼 서비스에 더 매력을 느꼈다. 파트너사로서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우리 부서가 초기에는 부서원이 10명 정도로 시작했었는데 약 2년 만에 약 200명까지 규모가 커질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으니.. 정말 매력적이지 않은가.
근무했던 3년 동안 제일 잘 배운 기술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발표스킬이라고 말할 수 있다.
플랫폼 예찬만 했던 것은 아니고, 개인적으로 성장도 했던 시간이었다. 근무했던 3년 동안 제일 잘 배운 기술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발표스킬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내 팀장님은 발표를 정말 ‘귀신 같이’ 잘하는 분이었는데, 그 분을 보며 많이 배웠다. 팀장님이 발표하는 걸 보고 외국계 N사에서 스카웃 제의를 하기도 했고, 클라이언트와 위탁운영에 대한 비용협의도 잘해서 전사에서 우리 부서가 제일 많은 돈을 벌어오는 부서였다. 어마어마한 분을 보고 따라하다보니 남들에 비해 ‘발표 좀 하는’ 애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인하우스 플랫폼을 경험하기 위한 이직
많은 것을 배웠지만, 한 편으로 위탁운영(아웃소싱)의 한계를 경험하기도 했다. 서비스에 어떤 아이디어를 내고 싶어도 그걸 반영하기도 어려우니까.
그래서 인하우스 플랫폼을 경험하기 위해 이직을 결심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인하우스로 고객센터나 고객관리를 진행하는 회사는 많지 않았다. 공고가 별로 없으니 내가 회사를 찾아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왕이면 새로운 분야에서 고군분투하는 스타트업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후발주자가 아닌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스타트업은 아무래도 할 일도 많을 것이고, 내가 하고 싶은 것도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이후에 내가 이직한 회사는 크라우드펀딩 시장을 개척하고 있던 W 회사였다. 나름 입사스토리도 있는데, 사실 그 때 당시 그 회사에서는 고객 관리 등과 연관된 직무로는 채용공고가 없었다. 인재풀을 등록하면 1~2달 안에 연락이 와서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인재풀에 이력서를 넣었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그 시기에 인사담당자분이 퇴사를 앞두고 있던터라 문서를 정리하면서 인재풀을 살펴봤고 며칠 전에 지원한 따끈따끈한 내 이력서를 보셨다고 한다.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른다) 거기에 그 회사에서는 고객관리의 어려움을 겪고 있던터라 채용을 할지 외주를 줄지 내부적으로 논의를 많이하고 있던 상황에서 나에게 면접 기회가 주어졌고, 합격을 해서 입사를 했다.
개발자의 입장에서 크게 스타트업의 업무를 두 가지로 나눈다면, 크게는 운영업무와 개발업무가 아닐까 싶다. 나는 운영 쪽에 있던 사람이었고, 한 이슈가 생겼을 때 이걸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는 과정이 즐거웠지만 동시에 어려운 일이었다.
이 회사에서 겪은 이슈는 정말 책 한 권으로 풀기에도 부족하다. 간단히 요약만 하자면, 운영적인 이슈에 대한 대응책을 고려해도 놀랍게도 항상 예상을 빗나간다. 플랫폼의 숙명이겠지만, 모두를 만족시키긴 어려웠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쪽의 모수가 더 큰지 고민하는 과정을 1년 정도 반복하다보니 명확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발이 재밌다.
비개발자인 시절, 내 수준에서 업무자동화를 하려고 노력했다. 반복하는게 너무 싫은데 매번 체크해야하는 것이 있었다. 예를 들면 업무상 공유한 구글 시트에 업데이트되는 내용이 있으면 업무메일을 받게 하는 것이었는데, Zapier를 이용하면 개발언어를 몰라도 Trigger 설정을 UI 상으로 몇 번 클릭을 해주기만 해도 메일을 받을 수 있어서 즐겨 이용했다.
그러다 회사 내에서 iOS 개발자 분이 재능기부 형태로 코딩 기초 교육이라는 걸 진행했고 선착순 10명정도인가(기억이 잘 안난다)로 모집한다는 사내 메일을 받고 아주 재빠르게 선착순 1등으로 지원했다. Python으로 크롤링을 하는 거였는데, 정말 재밌었다. Python 언어를 완벽하게 이해했다기 보다는 몇 가지 문법만 익힌 상태에서 print로 출력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진짜 재미있으면 커리어 전환을 해봐야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웬걸! 재밌었다.
지금 생각하면 개발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것들이지만, 명확한 일을 찾고 있던 나를 사로잡기에는 충분했다. 간단하지만 내가 입력한 것들로 명확한 값이 출력되는 재미가 있었고, 명확했다. 값이 출력되지 않는다는 것은 내가 어딘가 잘못 썼기 때문이다. 이보다 명확한 것은 없다.
좀 더 배워볼까?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것이 코드스테이츠(CodeStates)의 프리코스(Pre-course)였다. 아주 처음부터 커리어 전환 목표로 프리코스는 아니었다(염두는 두고 있었다). 하면서 내가 코딩에 재미를 느끼는지, 할 수 있을지를 알고 싶어서 시작했었다. 재미있으면 커리어 전환을 해봐야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웬걸! 재밌었다. 토이 문제로 간단한 함수 하나를 만드는 것도 재미있었고, 트위터 구현 같이 화면에 보여지는 것을 만드는 건 정말 재밌어서 새벽까지도 만드는데 집중했다.
지나고 나니 개고생하면서 배운 것이 제일 많이 남는 것 같다.
배우길 잘한 것 같다. 만드는 게 정말 재밌다.
프리코스를 마친 후 Immersive 코스는 사실 힘들긴 했다. 주입식으로 알려주면 따라하면되니까 빨리 배울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자기주도적으로 해야하다보니 2~3일 동안 스스로 찾아가면서 (개고생하면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마무리 해야했다. 지나고 나니 개고생하면서 배운 것이 제일 많이 남는 것 같다. 억울해서 못잊는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배우길 잘한 것 같다.
지금은 Node.js로 서버를 만들어서 React로 클라이언트를 구현할 수 있다. React를 배웠기에 React Native로 안드로이드와 iOS앱도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모르는 언어여도 공부해서 하면되지.. 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되니 ‘이제 뭘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을 한다. 몇 가지 아이디어를 메모장에 기록해두긴 했는데, 그 중 하나를 공유하자면 1주일 프로젝트로 간단한 일기앱을 만들어보고, App Store에 배포를 해보려고 기획을 하고 있는 중이다. 만드는 게 정말 재밌다.
개발자는 회사의 명성보다 자신의 능력으로 인정받는다.
이 또한 매력적이다.
그리고 여담으로 굉장히 흥미로운 점은 개발자는 소속된 회사(프리랜서일 수도 있겠지만)보다는 자신의 능력으로 인정을 받는 직군이라는 것이다. 회사가 나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내 능력이 나를 나타낸다. 매력적인 코딩과 이 직업이라면 앞으로 30년을 해도 재밌을 것 같아서 커리어 전환을 결심했다.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는 개발자가 되고자 하나?
나는 한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플랫폼에서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하고 싶다. 정확히는 백엔드부터 시작해서 프론트까지 구현 할 수 있는 개발자이다.
내 일처럼 사랑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찾고 싶다. 사랑하니까 만들 수 있고, 고칠 수 있고, 인간의 마음을 녹여 (버그 없는) 아름다운 코드로 플랫폼 서비스에 내 기술을 녹여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