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이직 할 일 없길 바라며…

2개월 만의 퇴사, 그리고 토스뱅크로 이직합니다.

FlyingSquirrel
5 min readAug 30, 2021

비마이프렌즈를 2개월만에 퇴사했다.

내가 바랬던 조건들 — 글로벌 시장, 스톡옵션, 웹이 중요한 곳 — 을 갖췄던 회사였고, 기대가 컸다. 그리고 실제로 처음에는 일할 때 만족도 컸다. 그런데 생각지 못했던 어려움이 있었다. 참고 이겨낼 수 있을지, 이즈음에서 빠르게 이직을 해야할지 고민이 컸고, 결국 2개월만에 퇴사를 했다.

비마이프렌즈는 위버스를 개발한 핵심인력들이 모여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관련 기사) 대부분 연차가 제법 있는 개발자 분들이고, 실력도 좋고, 성품도 좋으신 분들이 모여있다. 출신회사로 개인의 실력을 판별할 수는 없겠지만 N사, K사 출신 개발자 분들도 많다. 나는 결국 퇴사했지만, 누군가 이 회사에 대해 묻는다면 지원해보길 추천하고 싶다. 나만큼 아둔한 사람이라면 지원하지 않는 것이 좋고, 내 경험을 읽고 ‘겨우 그정도로?’라고 생각이 된다면 정말 한 번쯤 일해보는 것도 괜찮은 회사이다.

특정회사 출신 개발자가 많다는 것,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앞서 이야기했듯이 비마이프렌즈는 위버스를 개발한 핵심인력이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위버스와 다른 점은 지적재산권(IP)을 가지고 있는 유명인사/기관이 커뮤니티+커머스가 합쳐진 사이트를 만들 수 있는 SaaS를 판매한다는 것이다. 위버스와 비슷하기도, 다르기도 하지만, 큰 갈래는 비슷했기에 어느정도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해야할 일이 상당히 명확하다. 작은 초기 스타트업은 비즈니스 모델 검증을 위해 여러 삽질을 해야하는데, 비마이프렌즈는 그에 비해 무엇을 해야할지 명확해서 좋았다.

하지만 특정 회사 출신 개발자가 많고, 그 특정회사와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신규입사자의 온보딩에는 혼란을 주었다. 함께 일하는 분들이 정말 너무나도 좋았는데, 가끔은 내가 beNX에 입사한 것인지 비마이프렌즈에 입사한 것인지 헷갈렸다. 기술적으로 충분히 새로운 것을 시도해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나는 선택권이 별로 없었다. 코드리뷰를 할 때에도 beNX에서 작업하시던 스타일을 따라야했다. 코드리뷰를 하면서 핑퐁하며 이야기 나누는 것을 나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눈치빠르게 내가 바로 수정했어야 했던 것이다. 해야할 일은 많고, 데모를 완성하기 위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고… 그 상황이 누군가에게는 큰 압박이었을 것이다. 그런 압박을 느끼는 사람이 신규입사자와 여유롭게 코드리뷰를 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크게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압박감을 느꼈을 사람의 입장을 이해한다. 하지만 조금 덜 예민해도 협업하기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은 있다. 나는 예민함이 작업의 완성도를 높여주진 않는다고 믿는다.

내가 겪은 아쉬움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다. 시간이 갈 수록 특정회사 출신 사람의 비율은 희석될 것이고, 그러면 그 회사만의 새로운 문화가 탄생할 것이다. 그래서 아쉬움을 극복하고 계속 회사를 다니고 싶었다. 내가 선택한 것을 빠르게 포기(퇴사)하고 싶지 않았다. 그치만 문화적으로 좁힐 수 없는 갭이 있었음을 인지할 수 밖에 없었고, 2개월만에 퇴사를 결정했다.

나도 많이 부족한 동료였을거라 생각하고 너무 빠른 퇴사를 해서 동료분들에게 죄송하다. 나에겐 아쉬움이 남았던 경험이었지만, 비마이프렌즈의 구성원분들은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분들이라 생각한다. 비마이프렌즈의 성공으로 다들 성공적으로 은퇴(!)하실 수 있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

그 다음 회사는 어디로 가야하나?

아르바이트도 2개월만 해본 적이 없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장 빠른 퇴사를 했다. 나름의 가설을 세우고 이런 회사에 입사하면 행복할 것이다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문화차이로 퇴사를 했다. 가설이 깨진 것이다. 그래서 그 다음 회사는 어디로 가야할지 사실 막막했다. 기준을 세우기 두려웠다.

기준을 상상만으로 만드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링크드인에 내가 구직중임을 알리고 커피챗을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작성했다. 회사의 규모, 비즈니스 모델, 투자 상황, 개발팀 규모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 정말 정말 많은 회사에서 커피챗을 요청해서, 감사하게도 2주동안 하루에 적어도 2–3개의 회사와 커피챗을 가졌다. 줌, 구글 밋업, 오프라인 등 가능한 모든 매체를 활용했다. 상상만으로 기준을 만들지 않고 선입견 없이 문화가 잘 맞는 회사를 찾고 싶었다. 무조건 최소 2–3년을 일할 수 있고, 내 시간을 쏟아부을 수 있는 회사를 찾고 싶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큰 회사와도 미팅을 했고, 아직 개발자가 없는 회사와도 미팅을 했다. 생각보다 면접으로 알기 어려운 회사 분위기를 캐쥬얼하게 묻고 답할 수 있어서 좋았다. 혹시 나와 같이 그 다음에 어떤 회사를 갈지 막막하다면, 가리지 말고 여러 회사와 캐쥬얼하게 미팅을 하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3–4 곳으로 압축했다. 입사 프로세스를 거쳤고, 오퍼레터를 받았다.

최종적으로는 토스뱅크로..

나는 스타트업에 입사하여 크게 성공하고 싶은 사람이다. 창업보다는 얼리스테이지의 회사에 입사하여 스톡옵션이나 주식을 받아 이익을 크게 실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해외에서 FAANG(Facebook, Amazon, Apple, Netflix, Google)이 있듯이, 국내에는 네카라쿠배가 있다. 조금 더 길게 나열하면 네카라쿠배당토라는 말도 쓰더라.(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 민족, 당근마켓, 토스). 마치 입시 때 서연고서성한중경외시 같은 서열화같아서 좀 이상하긴하다.

이 회사들에 입사한다고 내가 행복해지고, 크게 성공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커리어상 분명 이득이 될 것이고, 좋은 복지와 연봉을 누릴 것이다. 그런데 크게 성공할까? 라는 질문에는 항상 No였다.

그런데 전에 같이 일했던 동료분들이 토스뱅크에서 근무 중이신데, 일은 많은데 행복하다고 했다. 나와도 토스뱅크가 잘 맞을 것 같다고 했다. 토스 계열사들 중 유일하게 아직 서비스가 정식으로 런칭되지 않은 것이 바로 토스뱅크이다. 런칭 직전부터 런칭 서비스가 안정화 되기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을 것 같았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토스뱅크에 입사희망의사를 밝혔다.

다음 주 입사가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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