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다노 프론트 — 4호] 30시간 동안 빡세게 달려봅시다! 제 1회 다노톤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주말에 앓아누웠다고 한다.
올 것이 왔다!
예전 다노 월간 프론트에서 다노톤이 진행될 거라는 소식을 전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아직 멀리 느껴지던 다노톤이었는데, 드디어 지난 12–13일 무박 2일(약 30시간, 실제 작업시간으로 따지면 30시간이 조금 안되고 20~25시간 정도였어요) 동안 진행되었습니다.
👉 다노톤에 대한 소개글(월간 다노프론트 2호)
고조되던 열기는 사라지고, 완성에 대한 압박이 채워졌다.
분명 다노톤이 시작되기 전에 서로 일등을 하겠다느니, 아이디어를 무엇을 할 것이라느니, 상금이 적다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정도로 다노톤을 향한 텐션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습니다. 저도 무조건 1등 할 아이디어로 이기겠다는 승리욕이 발동됐거든요. 하지만 실제 다노톤이 그로부터 두 달 정도 뒤에 치러져서 그런 걸까요? 대부분의 팀이 “어이쿠 이런! 벌써 다음 주가 다노톤이잖아? 빨리 회의합시다!!😣” 이런 분위기였고, 고조된 열기는 이내 사라지고, 결국 올 것이 왔으니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그 자리를 스멀스멀 채우고 있었습니다. 1등은 차치하고 완성이라도 하면 다행이겠다는 생각을 했더랬죠.
저기는 텐서플로우를 쓴다더라, 어디는 머신러닝을 쓴다더라, 어디는 게임을 만든다더라! 개발팀은 밥을 먹을 때면 안부인사 대신 다노톤 준비 잘 되가시냐는 질문을 했고, 그 때마다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분들이 “아 잘 모르겠다. 어떡하죠? 😣”라고 대답했습니다.
12일에 다노톤 장소로 출근을 한 우리는 자리세팅을 마치고 바로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정해진 일정은 딱히 없고 밥먹고 개발하고 또 밥먹고 개발하다가 다음 날 오후 2시에는 발표를 해야했습니다.
다노톤이 30시간 동안 진행되었기 때문에 실제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은 30시간이 안됐습니다. 잠을 안자도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은 25시간 뿐이었기 때문에, 각 팀이 20시간 내외로 작업했던 것 같습니다.
다누언니팀의 개발과정
밥 먹는 시간, 디자인 시간, 서버 작업 시간, 잠자는 시간… 이래 저래 시간을 빼면 프론트는 몇시간 안남기도 하고, 버그도 있으니 고쳐야할 거고… 핑계일 수도 있지만 여튼 시간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해커톤에서는 확실히 내가 잘하는 기술로 진행해야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제가 속한 팀인 다누언니팀(용변을 다 누었니?를 재치있게 표현한 팀명👍)은 사전 킥오프회의 때에 최소 구현사항(bare requirements)를 빨리 만들고, 추가적인 것들(advanced)를 만들자고 이야기 나눴지만 30시간은 최소 구현사항을 만들기도 부족했습니다. 30시간 중에 밥먹는 시간 빼고, 디자인 시간 빼고, 서버 작업하는 시간 빼고, 잠도 자야할 것 같고.. 이래저래 시간을 빼면 프론트는 몇 시간 안남기도 하고, 버그도 있을거고.. 핑계일 수도 있지만 여튼 시간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해커톤에서는 확실히 내가 잘하는 기술로 진행해야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잘 모르는 언어로 해커톤을 참여했다면 계속 구글링하느라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최소 요구사항이었던 아래 내용만 구현했죠.
다른 팀들에게도 여쭸을 때는 상황은 비슷했던 것 같았습니다. 원하는 기능을 다 구현하기는 생각보다 시간이 부족했고, 생각하지 못했던 변수(모두가 한 와이파이에 접속하니 인터넷이 느리거나 연결이 어려워서 작업하기 어려웠던 점)로 인해 초반에 허비한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최소 요구 사항
- 화장실의 상태를 표시하자(이용 중,이용가능).
- 대기를 할 수 있도록 하자.
- 내 차례가 됐을 때 알려주자.
- 대기 취소를 할 수 있도록 하자.
시간이 남으면 이것도 하자(결국 못함)
- 용변을 볼 동안 읽을 1분 읽을 거리를 제공하자.
- 화장실 점검 중인 상태를 표시해주자(여사님이 청소해주시거나 이용불가능한 상태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 대기보다 더 급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긴급권을 만들자.
- 익명의 유저의 화장실 이용데이터를 통해 용변 바이오리듬(?) 리포트를 제공하자.
- (부족한 화장실 해결을 위해) 남자화장실을 아무도 이용하지 않을 때에는 여자가 잠시 이용할 수 있게 하자.
좋았던 점. 다노톤을 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것들.
다노톤을 하지 않았더라면 상상만으로 이래서 안되고, 이건 쉽게 구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가졌을 것 같습니다. 다노톤을 했기 때문에 알게된 것들을 정리해보았어요.
어찌됐든 만들었다는 것
지나고 보니 겨우 이 정도 하느라 밤을 새운 게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만들었다는 것에 뿌듯했습니다.
먹을 게 많았다는 것
계속 먹을 수 있었습니다. 😏 CTO인 H님이 도시락, 서브웨이, 야식 등을 주문/배달까지 해주셔서 앉아서 먹고 코딩만하면 됐거든요. 다들 “이제 더이상 못 먹겠다, 사육당하는 것 같다”며행복한 불평을 늘어놨다. 우리는 배부른 프로그래머였죠.
디자인은 중요하다는 것
개발자가 우선 틀을 잡느라 레이아웃을 잡고 하더라도, 기능은 같은데 최종 결과물의 느낌이 달랐습니다. 디자인과 스토리를 입히는 것이 힘든 일이겠지만, 그만큼 가치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완성도 있는 제품을 위해서는 개발자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디자이너의 역량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그지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은 디자인을 해낸 디자이너분들은 그저 빛..☀️
볼멘소리. 다노톤을 해봤으니까 말할 수 있는 점들.
등수를 정할 거라면 채점기준은 잘 생각해보고 정해야한다는 것
다노톤은 참가자들의 투표로 등수가 결정되었는데, 1등은 경영진 50%, 참가자 50%의 비율로 선정했습니다. 모두가 점수가 비슷하게주어졌을때 경영진 평가가 50%이면 경영진 평가로 등수가 가려져버리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죠! 실제로 다노톤의 경합 결과도 그러했습니다. 경영진 평가가 꼭 있어야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고, 없어도 될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경영진 평가가 꼭 있어야한다면, 개인적으로는, 다노톤 주제가 아예 사업성 아이템이 되는 것이 취지에 맞을 것 같습니다. 크루들을 위한 아이디어는 상대적으로 사업성은 떨어져서인지 경영진선에서는 저평가 받았었거든요.
해커톤 장소 선정(잠잘 공간과 와이파이)은 중요하다는 것
잠잘 공간과 와이파이는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샤워못하는 건 그려려니해도 잠잘 공간이 부족했습니다. 침대에는 다닥다닥붙으면 5–6명정도가 잘 수 있는 정도라서 괜찮겠구나 생각했는데, 여자분이 누워서 주무시는 경우에는 남자분들이 그 옆에 눕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해커톤 장소에서 집이 가까운 분들은 집에서 잠깐 주무시고 오기도 했습니다. 디자이너분들은 아이맥까지 챙겨갔고, 각자의 맥북과 필요한 팀은 노트북에 연결할 모니터도 챙기다보니 테이블 공간도 좁았습니다. 더구나 모든 인원이 한 공유기에 접속하면서 인터넷 느려지고, 인터넷도 잘 안되서 개발이고 뭐고 뭘 할 수가 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테더링 키고 작업했어요!)
생각했던 걸 다 구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
이거 빠르게 구현하고 시간 남으면 저걸 하죠! 라고 했는데 딱 “이거” 정도만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제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역시 해커톤은 한 두가지의 강력한 기능(!)을 준비해서 작업해야 승산이 있겠구나라고 깨달았습니다. 다음 번 다노톤에 참여한다면 여러 기능보다는 한 두가지의 강력한 기능을 고민해서 작업해보려고 합니다.
공지된 지 2달 후에 진행된터라 텐션이 떨어진 상태였다는 것
다노톤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게 공지된 지 거의 2달 후에 진행된터라 텐션이 좀 떨어진 것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멋진 결과물을 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지만, 막 흥이 오를 때! 기대감이 차오를 때! 아이디어가 샘솟을 때! 다음에 다노톤이 진행된다면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처럼 텐션이 한 껏 올랐을 때 해야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깨알 자랑 타임
다노에서도 해커톤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첫 회치고는 성공적으로는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다노톤 끝나고 집에 갔는데 눈을 뜨니 다음 날 아침이었다.”라는 표현을 할 정도로 다들 열정을 불태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열정을 쏟았던 우리의 작품(?)을 자랑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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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노고치(다노+다마고치의 합성어)
추억의 다마고치 게임을 생각나게 하는 다노고치는 유저가 습관성형을 할 때에 동기부여를 줄 수 있도록 다마고치 게임을 응용했습니다. 물을 마시기, 걷기 기능 등을 넣었고, 여러 가지 습관을 도울 수 있다는 확장성을 겸비한 게임입니다. 여담으로 위 사진 비트맵 배경 이미지와 캐릭터는 디자이너 분들이 직접 한 픽셀 한 픽셀 찍어낸 예술 작품입니다… 어디서 가져온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걸 직접 그려내다니…!!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없는 팀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무엇보다 세상에서 제일 귀여움을 간직한 게임이라고 생각되어 높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는 팀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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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let(Monthly Letter)
다노에는 크게 2가지의 서비스가 있습니다. 여성을 위한 토탈 다이어트 솔루션을 제공하는 온라인PT 서비스인 마이다노와 건강한 식단 전문 쇼핑몰인 다노샵이 그것입니다. Monlet팀은 이 중 마이다노에 적용하면 좋을만한 아이디어를 냈는데, 유저들에게 한 달에 한 번 습관성형 다이어리를 제공하여 visualization된 통계자료를 제공하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습니다. 거기에 인스타그램 공유기능을 추가하여 내 기록을 공유할 수 있는 세심함까지 보여준 팀이었습니다. 실제로 적용되면 정말 좋을 것 같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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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다노
식사를 몇 분동안 하는지 시간을 재본 적은 없지만, 보통 10분 내외였던 것 같습니다. 바른다노팀은 천천히 꼭꼭 씹어먹는 바른 식습관을 돕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서비스의 큰 흐름을 설명하자면, 카메라로 내 식사를 촬영하면 이 음식이 어떤 음식인지 확인해주고, 타이머로 내 식사시간을 측정합니다. 이런 데이터가 쌓인 후 월별로 사용자에게 내 식사시간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흐름을 갖고 있습니다. 차후에 다노앱에 들어갔을 때의 모습까지 고려해서 작업하신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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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Health
링핏이나 Just dance 같이 몸을 움직이는 게임이 최근에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에 영감을 얻은 Just Health 팀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유저의 모션을 인식하여, 운동 자세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유저에게는 정확한 동작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으면서도 재미를 주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발전시킨다면 실제 프로덕션 배포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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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누언니(제가 속했던 팀이에요 🙌)
TMI이지만, 다노는 사옥이 있는 스타트업입니다(와우). 아담하고 빈티지(?)한 느낌의 4층 건물이 저희의 사옥인데요. 크루(직원)중 여성 비율이 아주아주 높은 회사이다보니 여자화장실 사용에 애로사항이 있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화장실 문 앞까지 갔다가 누가 이용 중이어서 돌아서야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던 것이죠! 이러한 크루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아두이노를 이용해 화장실의 상태를 표시해주고, 대기기능을 넣은 다누언니(용변을 다 누었니?를 재치있게 표현한 서비스명)를 만들었습니다. 서비스는 철저히 익명으로 관리되고, 내 차례가 되면 알려주기까지하죠! 다노톤이 끝난 후 실제 배포해달라는 요청을 정말 많이 받는 서비스입니다 :) (진짜 배포하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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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NO(zzZ+다노DANO의 합성어)
다노에는 반반차 제도가 베타테스트 중입니다. 주로 반차를 쓰기는 애매할 때 사용을 합니다. 저도 즐겨(?)쓰고 있는 복지이기도 하고, 많은 크루분들이 오전 반반차로 여유있는 출근을 하고 계십니다. 연차 신청과 관련해서 개발자로서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다노는 연차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문화가 있지만, 신청하는 절차는 아직 자동화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공유문서에 작성을 해야하는 살짝 불편한(?) 점이 있지요. 크루의 편의를 위해 ZANO팀은 원터치로 반반차를 신청할 수 있는 UX가 기가막힌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출퇴근 기록과 잔여연차 확인 기능도 함께 넣어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아이디어입니다. 🤟
다시 다노톤에 참여한다면..?
제 1회 다노톤은 재밌었습니다. 다른 팀을 보며 “어떻게 짧은 시간 내에 이걸 만들어내지?”라는 생각을 했고, 제 개인적으로는 다노에 입사한 후 가장 흥미를 일으켰던 이벤트였습니다.
만약 다시 다노톤에 참여한다면.. 아니, 또다른 사내 해커톤이 진행된다면.. 개발자들끼리 하는 해커톤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여전히 있습니다. 디자인이 완성도에 있어서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배운 다노톤이었지만, 30시간은 짧은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개발로 채우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궁금합니다. 보기에 완성도는 떨어져보이겠지만, 기술적으로는 이런 저런 시도를 더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 번 다노톤 때는 지인 개발자를 용병(?)으로 영입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개발자분들에게는 다노의 문화를 알아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저희는 새로운 자극을 받는 좋은 시간이 되니 양 쪽 모두에게 윈윈일 것 같습니다. 생각만 해도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