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회고] 새로운 언어, 회사, 동료, 연애
새로운 것들이 가득한 2020년이었습니다.
고민을 행동으로 옮겨서, 2020년 회고에서는 나름의 뜻깊은 일들을 많이 적을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 2020년 상반기 회고 마지막 문단 -
원하는대로 나름 뜻깊은 일들을 적을 수 있게 됐어요. 2020년은 새로운 게 많았습니다.
상반기에는 전 회사에서 서버개발을 하며 Python과 Golang을 접할 기회를 얻었고, 하반기에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이직을 했습니다.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동료를 만나게 됐고, 개발 메이트를 만나 연애도 잘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언어
전회사에서 프론트엔드 개발로 시작했는데, 퇴사 전 몇 달 동안은 서버개발자로 일을 했습니다. 새로운 언어를 ‘조금 해봤다’ 정도이지, ‘언어를 마스터했다’라는 뜻은 아닙니다.
짧은 기간 동안 Python, Go, TypeScript를 경험했습니다. 겉핥기 정도의 수준이었지만, 한 해를 돌이켜보니 다른 언어를 경험하는 것에 장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Python을 배웠을 때는 왜 알고리즘 문제를 파이썬으로 푸는지 이제 알 것 같았습니다(ㅋㅋㅋ) JavaScript로 10줄을 쓸 게 파이썬은 내장 메소드로 한 줄이면 끝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대단 !
Go는 정말 형편없는 수준으로만 사용해보았지만, 제 입장에서는 나름 강타입언어를 시도해본 좋은 기회였습니다. 멀티쓰레드를 아직도 잘 모르지만(ㅋㅋ), Node.js가 전부였던 저에게 재미난 경험이었어요.
TypeScript는 Nest.js라는 프레임워크로 서버 작업을 해야해서 강제로(?) 익히게 되었습니다. Nest.js은 Angular를 만들었던 분들이 express 기반으로 만든 프레임워크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타입스크립트를 무조건 써야해서, 어렴풋하게 알았던 TypeScript랑 좀 더 친해졌습니다. Nest.js를 썼던 이유는 gRPC를 지원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gRPC를 위해 proto 파일도 작성해보았던 경험이 지금 회사에 적응할 때 도움이 되었습니다.
JavaScript도 아직 잘 못하는데 무슨 Python, Golang이야라고 생각했었는데, 다른 언어를 경험해보는 것은 추천합니다. 언젠가 반드시 나에게 도움이 될 일이 있습니다 🙂
새로운 회사
저는 사실 이직준비를 꽤 오랫동안 했어요. 올 초에 이직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여러 회사에 놀러(?)가기도 했고, 코테도 틈틈이 보고, 면접도 보고 요즘 회사는 어떤 개발자를 원하는지 감을 잡아갔어요. 당장 회사를 옮길 생각보다 진짜 나랑 맞는 회사를 찾고 싶었습니다. 개발자로서의 넥스트스텝을 고려하고 싶었고, 성장을 진짜 완전 완전 완전 폭발적으로 하고 싶었어요.
이직준비 끝에 9월에 뱅크샐러드로 이직을 했습니다. 개발자로서는 첫 이직이었고, 개발 블로그가 워낙 유명한 곳이다보니 기대가 컸습니다.
👉 2년차 프론트엔드 개발자 이직기
아직은 이 곳의 문화에 다 적응하지 못한 것 같아요. 급성장하는 회사가 그렇듯 할 일이 많은 회사이고, 비교적 체계가 있지만, 또 한 편으로는 아직 체계가 없는 것도 많아요.
하지만 단점을 잊을 정도로 강력한 장점이 많은 회사입니다. 그 중에서 제가 생각할 때 가장 강력한 장점은 더 나은 개발 문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입니다. 전체 구성원 중 절반이 넘는 인원이 엔지니어인 조직이고, 앞으로 그 비율은 더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점점 더 좋아질 수 밖에 없지않나 생각합니다.
새로운 동료
이직을 할 때 좋은 동료를 만날 거라고 크게 기대하진 않았습니다. 어느 회사나 사람이 일하는 것이다보니 비슷한 것 같고, 좋은 회사에는 항상 좋은 동료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채용 광고, 개인 기술블로그, 컨퍼런스, 유튜브 같은 곳에서 봤던 분들이 동료라는 게 처음엔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다들 발표도 잘하고, 글도 잘 쓰고, 개발도 잘하고.. 못하는 게 없는 분들이어서, 처음에는 동료라기 보다는 연예인을 보는 느낌에 더 가까웠던 것 같아요.
그걸 내가 어떻게 다 확인하지? 라는 고민으로 힘들어 할 때, 동료 분들이 힘을 줬어요.
제가 입사하고 한 달 반정도 됐을 때, ‘아 다른 회사 갈 걸 그랬나. 이직 잘 못한 거 같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을 때가 있었어요. 뱅크샐러드가 좋은 곳은 맞지만, 급격하게 성장하는 회사가 그렇듯 아직 없는 것이 많고, 그래서 일이 많고, 그래도 완성도를 챙겨야하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압박감들이 있었어요.
분명히 코드리뷰를 했고, 나름 테스트도 했다고 생각했는데 서비스에 장애가 생겼습니다. 스스로 자책도 많이하고 모든 것이 삐딱하게 받아들여졌어요. ‘그걸 내가 어떻게 다 확인하지’라는 말을 굉장히 속으로 많이 되새겼습니다. 더 늦기 전에 빨리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해야하나… 진심으로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장애가 난 것에 스트레스 받았다기 보다는, 내가 다 확인해야할 것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나약한 저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제가 잘못짠 코드로 장애가 발생했던 상황에서 동료분들이 같이 디버깅을 해주고, 이슈를 차분히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어떤 분은 본인이 장애를 냈던 스토리를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그 때가 밤이었는데도, 개발자가 아닌 다른 부서분들도 같이 모니터링해주시고 정말 감사했어요.
피쳐 개발도 좋은 동료분들이 있어서 잘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이 회사에서 첫 피쳐 개발이다보니 서툴렀던 것 같아요. 처음에 개발일정을 정말 말도 안되는 기간으로 산정했습니다. 다들 괜찮겠냐 많이 물어보셨는데, 왠지모를 자신감에 가능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힘들었어요. 자업자득이니까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답답했어요. 이 때도 동료분들이 개발일정 산정의 팁도 주시고, 피쳐의 스펙 조정도 하면서 절충안을 찾아갔어요. 개발일정도 다시 산정하고, 배포일도 조정했고요. 힘든 것을 이야기할 때, 같이 해결해보자고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는 분들이 있어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QA도 무사히 끝났고, 덕분에 곧 유저분들이 보실 수 있는 피쳐가 롤아웃될 예정입니다 🎉
프로덕션 배포도 해보았고, 피쳐 개발도 해보고, 타부서 지원업무도 해보고, 장애도 내고(🤔), 사후부검(포스트모템) 문서도 작성했고, A/B 테스트 실험도 해봤고… 짧은 부트캠프 기간동안 알찬 개발자 패키지를 경험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동료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연애
사실 한 해를 회고하느라 새롭다고 표현한 것이지, 올 초부터 이어져온 인연입니다. 개발블로그에 연애얘기는 적합하지 않겠지만, 결국 이것도 개발 이야기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누가 들어도 깜짝 놀랄만큼 꽤 오랜 기간을 만났던 사람이 있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헤어졌습니다. 그 당시에는 무척 힘들었기 때문에 집중할 것이 필요했었고, 1년 동안은 웹개발 공부에 정신을 팔았습니다. 덕분에 기초가 부족한 병아리인 제가 제법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더 많이 성장하려면 아무래도 오픈소스가 답일 것 같았습니다. 오픈 소스 만드는 것을 시도하는 중에 우연히 한 사람과 인연이 닿았습니다. 같은 개발자이기에 고민도 비슷했고, 개발이야기 할 때는 존댓말을 하자는 그라운드룰을 정해서 그런지 같이 페어프로그래밍하거나 코드리뷰를 할 때는 분위기를 헤치지 않으면서 서로의 지적인 매력을 교류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요즘 회사에서 이러저러해서 나 힘들다’하면서 개발적인 언어로 말해도 알아듣고 위로해주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 심적으로 큰 위안이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항상 비개발자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설명해야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가끔은 그게 무척 힘들 때도 있습니다. 대충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코드 짜면서 고민되는 점을 나누면 더 좋은 방안을 찾을 수 있어서 좋아요.
장점일지 단점일지 알긴 어렵지만, 주말에도 만나면 둘 다 각자 개발공부할 것을 한다는 게 연애인지 스터디인지.. 조금 헷갈리기도 합니다. 내년엔 좀 더 평범하게(?) 연애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네요.
내년에는 둘이 크고 재미난 프로젝트를 하려고 해요! 틈틈이 블로깅해야겠습니다 🥳
내년에 뭘해볼까?
- 모바일 청첩장 만들기
(나는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남자친구는 서버 겸 데브옵스) - HTML 문서 읽고, 공부한 내용 중 블로그 글 10개 쓰기
- Chrome Performance, Performance Monitor에 있는 메뉴들에 익숙해지고 블로그 글 5개 이상 쓰기
내년에는 더 알차고 많이 성장해 있기를 바라면서!
2020년 회고 끝! 🙋🏻♀️